'고무줄' 전월세 전환율…월세시장 혼란

입력 2023-02-21 18:02   수정 2023-03-03 19:39

아파트 전세 가격이 급락하면서 월세 시장에 혼란이 일고 있다. 월세 가격은 전세 급락에도 최근까지 오름세를 보였으나 전셋값 하락세가 가팔라지자 “월세 산정 기준인 전셋값이 내리는데 월세는 왜 안 내리냐”는 세입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역(逆)전월세난이 심각한 일부 단지는 내린 전셋값을 기준으로 임대차 계약이 이뤄지면서 대·소형, 고·저가 아파트 간 월세 역전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고무줄 전환율에 월세 천차만별
21일 부동산 중개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 주변 공인중개업소에선 급락한 전셋값을 근거로 임대차 보증금과 월세를 낮추려는 세입자와 오른 금리를 들어 월세를 낮출 수 없다는 집주인 사이의 기싸움이 치열하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지난달 서울 아파트 월세통합가격지수(2021년 6월=100)는 101.52로 고점인 작년 10월 대비 하락폭이 1%에 그쳤다. 하지만 현장에선 보증금을 활용해 실질 부담을 낮춘 계약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서울 성동구 왕십리뉴타운 센트라스 전용면적 84㎡의 월세 시세는 보증금 1억원에 300만~350만원으로 금리가 오르기 전인 재작년 말과 비슷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10억원 안팎이던 전셋값은 7억원 수준으로 하락했다. 전셋값이 내렸는데 월세는 왜 안 내리냐는 질문에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예전엔 전·월세 전환율이 3%대였는데 요즘은 오른 금리를 반영해 4%대로 계산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거래 사례를 살펴보면 지난달 보증금 3억원에 월세 190만원, 보증금 4억원에 월세 170만원 등 완전 월세나 전세로 환산했을 때 시세보다 낮은 계약이 상당수 이뤄졌다.

비슷한 생활권에서 집값이 비싼 아파트와 낮은 단지 사이의 역전 현상도 나타났다. 매매 시세가 17억~18억원가량인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4㎡가 이달 보증금 6억원, 월세 115만원에 임대차 계약이 이뤄졌다. 매매 시세가 19억~20억원인 잠실동 리센츠에선 보증금 7억원에 월세 70만원짜리 계약이 나왔다. 전환율을 4%로 계산하면 헬리오시티는 월 315만원, 리센츠는 303만원 정도를 부담하는 셈이다. 월세의 기준인 전셋값이 널뛰기하는 탓에 이 같은 혼란이 초래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과 이달 이뤄진 잠실 리센츠 전용 84㎡ 전세 계약의 경우 보증금이 최소 8억원에서 최대 12억5000만원으로 차이가 4억5000만원에 달한다.

월세 계산의 근거도 천차만별이다. 중개업소에 따라 어떤 곳은 급매물을 제외하고 전환율 3%로 월세를 계산하고, 다른 곳에선 급전세 시세를 기준으로 전환율 4%를 적용하기도 한다.
◆전세 시장 안정돼야 혼란 잦아들 듯
급락한 전세 가격을 반영해 같은 단지 전용 114㎡ 아파트가 전용 84㎡보다 싸게 계약된 사례도 있다. 성동구 행당한진타운 전용 114㎡(44평)는 지난달 보증금 4억원, 월세 40만원에 임대됐다. 전환율 4%를 적용, 보증금 4억원에 월세 40만원은 완전 월세로 환산하면 월 173만원 정도다. 같은 달 전용 84㎡가 보증금 5000만원·월세 240만원에, 이달엔 보증금 1억5000만원·월세 220만원에 임대차 계약이 이뤄진 것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다만 21세기공인 관계자는 “싸게 계약된 물건이 저층 물건이란 점은 감안해야 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전셋값이 안정될 때까지는 이 같은 혼조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월세는 생활비에 포함되는 성격이 있어 한번 올라가면 잘 내려가지 않는다”면서도 “집값과 전셋값이 동반 하락하면 결국은 월세도 내릴 것으로 예상되며 지금은 그 과정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현일/박시온/안정훈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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